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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애니메이터/일루셔니스트] 영양가 높은 예술 매체, 프랑스 애니메이션
Louisien
2013. 3. 12. 11:23
단순히 영웅 캐릭터의 용감무쌍 일대기를 그려낸 아동용 킬링타임 무비보다 한 차원 높은 시청각 매체를 제공하는 것이 있습니다. 흔히 애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이 것은 웃고 즐기는 평면적 감정들 외에도 윤리와 자연, 사랑 등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 제작되고 있는데요. 예술 하면 빠질 수 없는 프랑스에서도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들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.
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터 르네 랄루는 세계 3대 애니메이터로 불리는 인물입니다. 가정형편 때문에 13살의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야 했던 그는 은행, 공장 등 여러 곳을 거치며 인생경험을 쌓아가는데요. 그러던 1955년, 당시 정신병원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권유로 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인형극과 연극을 만들게 됩니다. 이 후 르네 랄루는 환자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완성한 첫 작품 <쥐의 이빨, 1960>을 시작으로 자신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며 연출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.
르네 랄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은 바로 <판타스틱 플래닛>입니다.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무려 3년 6개월의 긴 시간 동안 25명이라는 소규모 인원의 수작업으로 탄생되었는데요. 푸른색의 거인들이 지배하는 행성에 장난감 취급 당하는 인간들의 반란을 담은 줄거리로 부드러운 수채화느낌의 색채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.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<판타스틱 플래닛>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 고전 애니메이션으로도 꼽히는데요. 현대사회의 폭력과 갈등 등 여러 문제점을 암시하며,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
미셸 오슬로는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. 어린 시절 단순한 작업으로 새로운 창작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, 감독 데뷔 후 현재까지 30여 편의 단,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요. 꽃무늬 종이를 오려 만든 <3명의 발명가>부터 그림자를 이용한 <프린스 앤 프린세스>, <밤의 이야기>까지 개성 있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.
<프린스 앤 프린세스>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인기 작품입니다. 제목만 들어서는 단순히 왕자, 공주의 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 안에는 각기 다른 6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데요. 표정이 없어도 전달되는 풍부한 감정과 함께 1분간의 휴식타임과 제작과정의 삽입 등 관객을 위한 재치 있는 배려 또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. 또한 각종 효과와 화려한 기술로 치장된 미국식 애니메이션과는 다른, 수공예적인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.
실뱅 쇼메는 이미지의 소중함을 아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여겨지는 인물입니다. 그는 프랑스의 ‘찰리 채플린’이라 불렸던 영화감독이자 배우, ‘자크 타티’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. 대사보다는 이미지에 취중하고, 3D보다는 2D를 이용하는 점 등에서 자크 타티에 대한 애정과 존경으로 완성된 실뱅 쇼메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.
2010년 흥행작 <일루셔니스트> 역시 자크 타티가 자신의 딸에게 남긴 한 통의 편지에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입니다. 실뱅 쇼메는 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자크 타티의 마음을 시나리오에 그대로 풀어냈는데요. <일루셔니스트>는 프랑스의 유명한 두 예술가, 자크 타티와 실뱅 쇼메가 만난 마법 같은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.
프랑스 애니메이션은 밤 거리를 장식하는 수 많은 네온사인처럼 현란하고 눈에 확 띄지 않습니다. 그저 밤 하늘에 떠있는 이름없는 작은 별처럼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인데요. 우연히 다음의 애니메이션들을 접할 기회가 찾아온다면, 무엇보다 오래 남을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