몽마르뜨 언덕이란 단어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‘예술’ 또는 ‘예술가’라는 단어를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. 그 곳은 19세기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공간이었습니다. 작은 다락방을 삶의 공간이자 아뜰리에 삼아 작품을 창조해내고, 삶의 고충을 까만 밤에 가장 밝은 곳인 카바레에서 술 한잔과 함께 삼켜버렸죠. 이제 그 곳에는 예술가는 떠나고 그 자리는 수많은 관광객이 채우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‘예술’의 흔적을 찾으러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데요. 사실 그 옛날 몽마르뜨에 예술가가 모인 이유는 그 곳이 평지로 이루어진 파리 시내에서 언덕으로 인해 집값이 쌌기 때문입니다.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가들이 모였지만, 모순적으로 그들 때문에 그 지역이 유명해지면서 물가가 오르고 그 지역은 활성화되었습니다. 파리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인 퐁피두센터도 1970년 당시 버려진 공간이었습니다. 그 곳은 유흥시설이 모여있고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때문에 비위생적인 지역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요. 하지만 그 곳에 현대예술을 대표하면서 파리지앵들이 사랑하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.
파리 19구. 다소 소외된 지역으로 느껴지는 풍경을 등에 지고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풍스럽지만 또한 현대적 느낌이 가미된 의외의 공간을 맞이하게 됩니다. 바로 제 2의 퐁피두센터의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문화공간인 104(centquatre)인데요.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건물에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프랑스에서 104라는 이름자체가 어떠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이유는 간단합니다. 104는 이 곳의 주소 번지수입니다. 과거 19세기 장례식장 이였던 이 건물은 1997년에 문을 닫은 뒤 방치 되어 있던 공간 이였는데요. 철길 옆 버려졌던 이 공간은 2000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재건 공사를 거쳐 2008년 종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.
아치형을 이루고 있는 건물 104는 옛 모습 그대로 재건된 외벽도 아름답지만 내부의 공간 또한 인상적입니다. 기본적으로 뻥 뚫린 공간이 하나의 길을 형성 해 건물의 끝에서 끝을 가로지르고 있어서 그 자체로 ‘열려있다’는 느낌을 선사하는데요. 이 길이 건물의 양 끝 두 문을 마주보고 있어서 방문자들은 길을 지나치는 것처럼 자유롭게 이 공간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. 이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‘대중들과 예술의 경계는 허물어져야 하고 자연스럽게 행해져야 한다’는 104의 이념을 공간 속에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.
39.000미터 까레에 해당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닙니다. 이 안에는 전시 공간뿐 아니라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상주해있는 아티스트들의 아뜰리에, 공연장, 서점, 중고 물품을 파는 가게, 레스토랑, 어린이 놀이 공간 등 문화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요. 굳이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아티스트의 아뜰리에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쭉 뻗어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공간 구석 구석마다 춤을 연습하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과 설치되어 있는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. 또한 인상적 이였던 것은 19구에 사는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. 이러한 모든 것들이 104가 추구하는 예술의 대중화,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지역발전의 재활성화에 한 부분인 것이지요.
예술을 지역주민, 더 넓게 대중과 같이 공존하는 방법을 통해 지역이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하는 길을 찾는 프랑스. 버려진 공간을 이용하여 그 들의 예술품을 제작하는 예술가들을 골치거리로 치부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끌어안아 문제를 해결하는 프랑스의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인들을 파리로 끌어들이는 건 도시 그 자체가 아닌 그들의 예술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.
버려진 공간의 재발견
특별한 공간 104(centquatre)
대중과 함께 교감하는 그 곳
파리통신원-임현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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